제15구간 중재∼월경산∼광대치∼봉화산∼복성이재(13.59㎞)

땀의 결실이 들녘 가득 황금빛 물결로 넘실거리는 계절이다.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대표이사)의 대장정도 그 결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번 9월 산행은 중재를 시작으로 월경산∼광대치∼봉화산∼복성이재까지 13.59㎞로 지금까지 마친 종주 구간 가운데 가장 짧다. 북쪽으로 덕유산 구간과 남쪽으로 지리산 구간을 잇는 구간이다.

알밤도 줍고 오름 열매도 따고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6일 새벽을 열었다. 이번 구간 출발지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 중기마을로 이곳에서 중재까지 1.75㎞는 접속 구간이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연상케 하는 중기마을의 아침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흐드러지게 핀 가을 전령사 코스모스가 종주팀을 반겼다. 속이 꽉 찬 알밤이 토실토실하게 여물어 가듯 종주팀의 발걸음도 당당했다. 종주팀은 지난해 11월 1일 제6구간(육십령∼중재) 하산점인 중재를 거의 사계절이 바뀌어 다시 올랐다.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를 잇는 중재(650m)에서 월경산(981.9m)까지 1.9㎞ 구간은 가파른 급경사 길을 몇 차례 오르내려야 한다. 월경산은 대간 길에서 약간 비켜나 있다. 대간 길에서 왕복 10여 분 정도면 정상과 만날 수 있지만 특별히 풍광도 없고 이날따라 짙은 안개로 전망이 흐릿했다. 월경산 정상을 오른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군부대를 연상케 하는 철조망이 견고히 버티고 있다. 약초시범단지라는 푯말과 함께 철조망에는 먼저 다녀간 대간꾼의 인식표가 단풍처럼 바람에 흔들거렸다. 계속되는 내리막을 한참 걷다 보면 광대치에 이른다. 이곳에서 구간 최고봉인 봉화산(919.8m)까지는 4.7㎞, 중치는 3.2㎞를 더 나아가야 한다.

944봉을 지나 비슷한 높이의 연봉이 끝날쯤 사방이 훤하게 트인 전망바위에 이른다. 안개 때문에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함양 대안 들녘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마의 땀을 말끔히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라보는 황금빛 들판에서 종주팀은 더 없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전망바위는 거의 수직 바위로 낭떠러지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시원한 바람, 황금빛 들녘 만끽

구간 최고봉인 봉화산까지 남은 거리는 약 2.5㎞로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봉화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온통 억새밭이다. 아직 때가 일러 하얀 억새의 군무(群舞)는 볼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산행이었다. 드디어 봉화산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송신탑 때문에 그곳이 봉화산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임도를 건너 억새 길을 따라 오르면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의 경계에 우뚝 솟은 봉화산과 마주하게 된다.

산 이름 탓일까? 봉화산 정상 부근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뿐이다. 아마 오래전 정상 주위의 나무를 모두 베어서 나라의 위급함을 알리는 데 사용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이제 구간 종점인 복성이재까지는 4㎞ 남짓으로 1시간 30분 정도면 족히 내려갈 수 있다. 남원시 아영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봉화산을 뒤로하고 길을 잡았다. 다리재를 거쳐 꼬부랑재, 치재를 거쳐야 한다. 특히 치재 부근은 봉화산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철쭉 군락이 지천이다.

치재에서 마지막 한고비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숲길을 따라 목적지인 복성이재까지 길은 편안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토실토실한 밤송이와 도토리가 많다. 드디어 산행시작 6시간 30분 만에 선두, 후미 구분없이 복성이재가 있는 751번 지방도 고갯마루에 당도했다.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저절로 'S&T중공업 백두대간 파이팅'이라는 종주 구호가 절로 나왔다.